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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라이앵글 위클리 #2 — 베니스의 유산, 부산의 전환, 그리고 티켓 100장 중 34장

베니스 비엔날레 《In Minor Keys》와 한국관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 유영국 110주년 회고전, 아트부산의 '전환의 원년' 선언, 그리고 KOPIS가 짚은 티켓 취소율 34% — 5월 셋째 주의 흐름.

이번 주는 한국 문화예술계가 확장과 재편을 동시에 마주한 주간입니다. 베니스 자르디니에서는 한 큐레이터의 유작이 열렸고, 서소문에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이 1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돌아왔으며, 다음 주말 부산은 "전환의 원년"을 선언한 아트부산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같은 시점에 공개된 KOPIS 데이터는 —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공연시장의 이면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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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세계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In Minor Keys》 개막 — 그리고 한국관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

지난 5월 9일 개막한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In Minor Keys》가 11월 22일까지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 베니스 시내 곳곳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비엔날레가 특별한 이유는 큐레이터 코요 쿠오(Koyo Kouoh)의 부재 때문입니다. 2024년 11월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그는 큐레이토리얼 프로젝트의 이론 틀, 작가·작품 선정, 도록 필진까지 모두 확정한 뒤 2025년 5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비엔날레 측은 가족의 동의 아래 그의 비전을 그대로 살려 전시를 완성했습니다. 110명의 초청 참여자가 살바도르·다카르·산후안·베이루트·내슈빌 등 비주류 지역의 실천을 한자리에 모은 구성은, 큐레이션이 한 사람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사유의 구조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사례입니다.

한국관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최빛나 예술감독이 기획한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는 노혜리·최고은 두 작가가 '둥지'와 '요새'라는 상반된 공간 개념으로 한국관을 재구성하고, 한강 작가를 비롯해 농부-활동가 김후주, 작가 겸 가수 이랑, 사진작가 황예지, 예술가 크리스티앙 니얌페가 펠로우로 참여했습니다.

컨설턴트의 시선
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은 더 이상 '한국 작가의 쇼케이스'가 아닙니다. 큐레이토리얼 프레임이 분명할수록 — 그리고 그것이 동시대 사회적 맥락과 연결될수록 — 국제 비평의 자장 안으로 들어옵니다. 펠로우 구성에 시각예술가뿐 아니라 활동가·음악가·작가를 함께 들인 것은 "예술이 어디까지 사회를 호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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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한국

열린 미술 전시 공간

1. 유영국 회고전 《산은 내 안에 있다》 — 5월 14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개막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 5월 14일부터 10월 18일까지 이어집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 근대 거장전'의 첫 프로젝트로, 미공개작을 포함해 그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심층적으로 조명합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서울시립미술관이 2026년 기관 의제로 '창작', 전시 의제로 '기술'을 설정했다는 것 — 근대 거장전(상반기)과 해외 대표작가전 린 허쉬만 리슨(하반기), 북서울미술관의 매체 포커스 《글쓰는 예술》(4월)이 한 줄로 꿰어집니다. 공공미술관이 '한국 근대–글로벌 매체–매체 실험'을 같은 연도에 평행 배치한 큐레이팅 설계가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2. 데미안 허스트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6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은 데미안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을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진행 중입니다. 초기 대표작부터 최신 미공개작까지 설치·조각·회화를 아우르는 구성으로, 〈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 대표작이 포함됩니다. 한국 공공미술관이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들이는 패턴은 2018년 이후 꾸준히 강화돼 왔습니다. 폐막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라, 아직 다녀오지 못한 기획자라면 일정을 잡을 시점입니다.

3. 아트부산 2026 — 5월 21~24일, "전환의 원년" 선언

5월 21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트부산 2026에는 18개국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해외 갤러리가 전체의 24%(26곳)를 차지합니다. 올해부터 총괄 기획을 맡은 정선주 이사는 "거래 중심 페어를 넘어 아시아 주요 아트페어 간 협력 네트워크 기반으로 콘텐츠를 공동 기획·생산하는 구조"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6 아트 바젤 & UBS 글로벌 미술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의 58%가 아트페어를 통해 작품을 구매하며, 갤러리 매출에서 아트페어 비중은 35%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컨설턴트의 시선
아트부산의 "협력 네트워크 모델"은 단순한 마케팅 수사가 아닙니다. 아트바젤·프리즈로 양극화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구조에서, 국가 단위 아트페어가 살아남는 길은 결국 '연결의 허브'가 되는 것입니다. 도쿄 겐다이와의 'Connect' 협업, 프리즈런던 기간 '마이너 어트랙션'과의 위성 페어 협업은 이 전략의 구체적 실행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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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인사이트

100장 중 34장의 취소

100장 중 34장의 취소 — 사상 최대 실적의 이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2025 KCTI 데이터포커스 제5호는 KOPIS 데이터를 활용해 2024년 국내 공연시장 티켓 취소율이 평균 34%에 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100장이 팔리면 34장이 환불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수치가 충격적인 이유는 같은 시기 공연시장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3분기 공연시장은 티켓 예매 653만 매, 판매액 4,615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전년 동기 대비 예매 수는 12.8%, 판매액은 20.0% 증가했습니다. 티켓 1매당 평균 판매가는 약 7만 1천 원으로 1년 새 4천 원 올랐습니다.

같은 시장에서 매출은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데, 예매한 티켓의 1/3이 취소된다는 사실 — 이건 단순한 '변심'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관객의 의사결정은 점점 더 '유동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건 환불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예매라는 행위의 의미"가 달라진 문제입니다.

과거의 예매는 '구매 확정'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의 예매는 '좌석 선점 옵션'에 가깝습니다. 이 변화의 배경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티켓값이 올랐습니다. 평균 7만 1천 원, 뮤지컬 최고가 19만 원, 클래식 최고가 55만 원. 가격이 오를수록 관객은 "지금 확정"보다 "일단 잡고 비교"를 택합니다. 예매 단계에서 결정이 완결되지 않는 겁니다.

둘째, 선택지가 폭증했습니다. 2025년 3분기에만 티켓 예매 653만 매, 같은 주말에 경쟁 공연이 3~4개씩 겹칩니다. 한 달 전 예매한 공연보다 더 끌리는 공연이 그사이 발표되면, 먼저 잡아둔 티켓은 자연스럽게 취소 대상이 됩니다.

셋째, 취소가 거의 무료에 가깝습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공연일 10일 전까지는 전액 환급, 7일 전까지 10% 공제 후 환급이라는 구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 예매–취소의 비용은 사실상 '0'입니다. 무료 옵션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세 요인이 합쳐지면, 취소율 34%는 시장의 결함이 아니라 시장의 구조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기획자에게 두 가지 실무적 함의를 줍니다.

사상 최대 매출을 자축하기 전에, "팔린 좌석이 정말 채워졌는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데이터는 거기에 답을 갖고 있습니다.

취소율 34%를 경영학적으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 시장 구조와 KPI 설계 관점의 자세한 분석은 별도 컨설팅 노트에서 다룹니다: 「취소율 34%, 한국 공연시장의 '옵션화' 현상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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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챙길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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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 같이 나누고 싶다면

문화예술 기획자, 연구자, 동료 관객 분들과 느슨하게 이어진 대화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매주 동향 공유, 현장에서 본 것들 짧게 나누기, 가끔 모임 공지까지.

👉 카카오톡 오픈채팅 입장하기: https://open.kakao.com/o/gOBkWwi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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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에 또 만나요.

아트라이앵글 송예슬 드림